범죄도시4(The Roundup: Punishment):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주먹과 웃음의 네 번째 라운드
범죄도시4(The Roundup: Punishment):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주먹과 웃음의 네 번째 라운드
2024년 스크린을 강타한 허명행 감독의 범죄도시4는 대한민국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의 귀환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마동석의 '마석도'가 이번에는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 소탕에 나서며, 김무열과 이동휘가 새로운 빌런으로 합류하고, 박지환의 '장이수'가 화려하게 복귀해 기대를 모았습니다. 전작들의 흥행 신화를 이어받아 개봉 36일 만에 1,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4] 한국 영화 시리즈 최초 누적 4천만 관객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4] 이 영화는, '아는 맛'의 통쾌함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장점과 아쉬움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저에게는 롤러코스터 같은 두 시간이었고, 극장을 나서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1. 줄거리: 디지털 범죄 소탕, 마석도의 새로운 전장
마석도(마동석) 형사는 배달 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건이 거대한 불법 온라인 도박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합니다 [1]. 이 조직은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김무열)가 행동대장을 맡아 필리핀에서 납치, 폭행,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1, 2]. 한국에서는 IT 천재 CEO로 위장한 장동철(이동휘)이 이들과 손잡고 판을 키우려 합니다 [1, 3].
사망한 개발자의 어머니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며 마석도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마석도는 "최선을 다해 잡겠다"고 약속합니다 [1]. 마석도는 광역수사대와 신설된 사이버수사대의 공조를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조직 소탕 작전을 펼칩니다 [2, 4]. 그리고 이 작전의 성공을 위해, 이제는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한 장이수(박지환)에게 거부할 수 없는 협력 제안을 던집니다 [1].
2. 캐릭터 탐구: 강철 주먹과 새로운 악당들, 그리고 '그 녀석'
2.1. 마석도(마동석): 진화하는 괴물형사, 변치 않는 한 방
마동석의 마석도는 여전히 시리즈의 심장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복싱 기반의 액션을 더욱 강화하여 [1] 묵직하고 통쾌한 타격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전작들보다 더 지능적인 범죄(온라인 도박)에 맞서 사이버수사대와 협력하는 모습은 [2] 그의 수사 방식이 점차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시 마석도의 가장 큰 매력은 악당을 단숨에 제압하는 압도적인 힘과 특유의 유머입니다. 그의 주먹 한 방은 여전히 관객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2.2. 백창기(김무열): 냉혹한 기술자, 그러나 희미한 존재감?
4세대 빌런으로 등장한 김무열의 백창기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답게 인간 병기에 가까운 전투 능력을 보여줍니다 [2, 3]. 특히 단검을 활용한 그의 액션은 빠르고 기술적이며, 이전 빌런들과는 다른 종류의 위협감을 선사합니다 [3, 5]. 허명행 감독은 백창기를 "냉정하고, 싸움의 기술이 있는 설정"으로 차별화하려 했고 [3], 김무열은 어려운 액션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3].
하지만 일부 관객과 저에게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무력에 비해, 캐릭터 자체의 서사나 카리스마는 장첸(윤계상)이나 강해상(손석구)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5]. 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혹한 캐릭터 설정이 [1] 오히려 김무열 배우 본연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5]. 마치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나 '악인전'에서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기시감도 있었습니다 [5]. 빌런의 존재감이 약해지면 마석도의 마지막 '한 방'의 무게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캐릭터 구축에 조금 더 공을 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3. 장동철(이동휘): IT 천재의 탈을 쓴 악당
이동휘가 연기한 장동철은 백창기와는 다른 종류의 악당입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IT 기업 CEO지만, 실제로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백창기와 결탁하는 인물입니다 [3, 4]. 허명행 감독은 그를 '피터팬 콤플렉스'를 가진, 자기애 강한 인물로 설정했다고 밝혔습니다 [3]. 이동휘는 특유의 깐족거리는 연기로 장동철의 이중적인 면모와 악랄함을 잘 표현했습니다 [5]. 개인적으로는 백창기보다 장동철 캐릭터가 더 입체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5]. 다만, 그 역시 드라마 '카지노'에서의 역할과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5].
2.4. 장이수(박지환): 웃음과 활력의 핵, 진정한 MVP
장이수의 귀환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1편의 악당에서 이제는 어엿한 조력자(?)이자 개그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한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1, 5]. 특히 그의 화려한 의상과 허세 넘치는 말투, 그리고 마석도와의 애증 섞인 케미스트리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환기시킵니다. 전작 3편의 개그가 다소 과하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5], 이번 편에서는 장이수에게 웃음 포인트를 집중시켜 타율을 높인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5]. 많은 관객들이 장이수를 이번 영화의 진정한 MVP로 꼽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활약은 시리즈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는 핵심 요소였습니다.
2.5. 광수대 & 사이버팀: 든든하지만 익숙한 조력자들
3편에 이어 이범수, 김민재 등이 광수대 팀원으로 등장하고 [2], 새롭게 사이버수사대가 합류하며 [2] 마석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해 이들의 활약이나 개성이 두드러지지는 않아 다소 아쉽습니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마석도와 빌런, 그리고 장이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3. 테마와 공식: '아는 맛'의 위력과 한계
범죄도시4는 시리즈 특유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1. 강력한 빌런 등장 → 2. 마석도의 수사 개시 (feat. 팀원들과 장이수) → 3. 추격과 액션 → 4. 마석도의 통쾌한 응징 [5]. 이 '아는 맛'은 관객들에게 예측 가능한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보장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실제로 이 공식은 이번에도 통했고, 천만 관객 돌파라는 결과로 증명되었습니다 [4].
하지만 동시에 이 반복되는 패턴은 시리즈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5]. 4편까지 동일한 구조가 반복되면서 신선함은 떨어지고 기시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5]. 제작진도 이를 의식하여 소재(온라인 도박) [5], 협업 방식(사이버팀) [2], 액션 스타일(복싱, 나이프) [1, 3] 등에서 변화를 주려 노력했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다행인 점은 3편에서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개그의 양을 조절하고 질을 높여, 웃음과 액션의 밸런스를 비교적 잘 맞췄다는 것입니다 [5]. 특히 장이수를 적극 활용한 유머는 성공적이었습니다.
4. 액션 연출: 더욱 강력해진 타격감과 빌런 맞춤 설계
전작들의 무술감독이었던 허명행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만큼 [3], 액션 시퀀스는 확실히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마석도의 복싱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고, 백창기의 액션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설정에 맞게 간결하고 치명적인 단검술과 타격기를 보여줍니다 [3]. 두 사람의 마지막 대결은 힘과 기술의 충돌을 강렬하게 보여주며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합니다.
김무열 배우의 뛰어난 액션 소화 능력 덕분에 더욱 고난도의 기술적인 액션 설계가 가능했다고 감독은 밝혔습니다 [3]. 이러한 빌런 맞춤형 액션 디자인은 각 편의 차별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5. 개인적 성찰: 익숙한 쾌감 속에서 느낀 약간의 공허함
극장에 들어서면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팬으로서 마석도의 시원한 액션과 장이수의 유머를 다시 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3편에서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마석도의 주먹이 터질 때, 장이수가 등장해 웃음을 선사할 때, 저는 여전히 즐거웠습니다. 특히 장이수가 필리핀에서 마석도와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극장 안의 모든 관객이 폭소를 터뜨렸고, 저 역시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마석도가 악당들을 때려눕히는 장면에서는 역시나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범죄도시를 찾는 이유겠지요.
하지만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조금씩 익숙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빌런 백창기의 잔혹함은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왜 그렇게까지 악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감정적인 동기는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의 과거가 용병 출신이라는 설정 외에는 깊이 다뤄지지 않아, 악당으로서의 입체감이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마치 마석도에게 맞기 위해 존재하는 기능적인 악당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마석도와의 대결 장면에서도 이전 시리즈만큼의 긴장감이나 절박함은 덜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액션 자체는 훌륭했지만, 감정적인 몰입도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재미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뭔가 조금 허전한데?'라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마치 아주 맛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난 뒤의 느낌이랄까요? 즉각적인 만족감은 있지만, 깊은 여운이나 영양가는 조금 부족한 듯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이 시리즈를 응원합니다. 마동석 배우와 제작진이 8편까지 기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5], 앞으로 어떤 새로운 빌런과 이야기가 등장할지 기대하게 됩니다. 다만, 다음 편부터 시작될 2부에서는 부디 '아는 맛'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와 깊이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6. 문화적 현상과 시리즈의 미래: 천만 신화는 계속될까?
범죄도시4는 개봉 첫날부터 시리즈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우고 [4], 최단 기간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4]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며, 범죄도시 시리즈가 단순한 영화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마동석 배우는 제작자로서 시리즈 전체를 이끌며 자신만의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5편부터 시작될 2부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5]. 과연 어떤 변화일지, 기존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프랜차이즈 영화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 개발과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전개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5].
7. 결론: 여전히 강력한 한 방, 그러나 필요한 변화의 시그널
범죄도시4는 여전히 관객들에게 확실한 재미와 통쾌함을 선사하는 잘 만들어진 상업 영화입니다. 마동석의 압도적인 존재감, 업그레이드된 액션, 그리고 장이수의 폭발적인 유머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합니다. 특히 3편의 아쉬움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시리즈의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5].
하지만 동시에 시리즈의 반복되는 공식과 빌런 캐릭터의 매력 부족이라는 숙제도 남겼습니다. 천만 관객이라는 숫자가 반드시 작품의 완성도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관객들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5].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는 부디 익숙한 공식을 넘어서는 과감한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액션 프랜차이즈로서의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하기를 기대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범죄도시를 계속 찾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마석도의 통쾌한 주먹과 장이수의 웃음만큼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으니까요 [5].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는 조금 더 예측 불가능하고, 조금 더 강렬한 상대를 만나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