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Logan):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은 감동적인 서사시
2017년 개봉한 제임스 맹골드 감독의 '로건(Logan)'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울버린의 마지막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휴 잭맨이 17년 동안 연기해 온 울버린 역할에 작별을 고하는 이 영화는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벗어나 깊은 감정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2029년, 돌연변이들이 거의 멸종된 세계에서 노쇠한 로건(휴 잭맨)은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리무진 운전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치매에 걸린 찰스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와 알비노 돌연변이 캘리반(스티븐 머천트)을 돌보고 있습니다. 로건의 자가 치유 능력은 약해졌고, 아다만티움 중독으로 천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트랜시젠이라는 기업의 간호사 가브리엘라(엘리자베스 로드리게즈)가 로건에게 접근해 11살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북쪽 국경 너머 '에덴'이라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자비에 교수가 로라가 특별한 아이라며 도와주라고 설득합니다.
가브리엘라가 살해당한 후, 로건은 로라가 자신의 DNA로 만들어진 클론이자 트랜시젠의 실험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로라는 로건처럼 아다만티움 발톱과 자가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랜시젠의 보안 책임자 도널드 피어스(보이드 홀브룩)와 그의 부하들이 로라를 쫓는 가운데, 로건과 자비에, 로라는 목숨을 건 여정을 시작합니다.
여정 중 그들은 농장에서 살고 있는 뮌슨 가족과 만나 잠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지만, 트랜시젠이 만든 로건의 클론 X-24의 공격으로 자비에 교수와 뮌슨 가족이 살해됩니다. 로건은 자비에를 묻고 로라와 함께 에덴을 향해 계속 여행합니다.
에덴에 도착한 그들은 트랜시젠에서 탈출한 다른 아이들과 만납니다. 아이들이 캐나다 국경을 넘으려 할 때 트랜시젠의 병력이 도착하고, 로건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전투에 나섭니다. 트랜시젠의 책임자 잰더 라이스 박사(리처드 E. 그랜트)를 죽인 후, 로건은 X-24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치명상을 입습니다.
로라는 로건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아다만티움 총알로 X-24를 죽이지만, 로건은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죽어가는 로건은 로라에게 "넌 무기가 아니야"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아이들은 로건의 무덤에 'X'자 형태의 십자가를 세우고, 마지막 X-맨을 기리며 캐나다 국경을 향해 떠납니다.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
로건은 전통적인 슈퍼히어로 영화의 틀을 과감히 벗어난 작품입니다. 화려한 액션과 세계를 구하는 영웅담 대신, 노쇠하고 상처 입은 인물들의 내면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감정적인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이는 서부극이나 로드 무비에 가까운 접근 방식으로, 슈퍼히어로 장르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는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으로, 울버린의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그 이면에 있는 고통과 상실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러한 성인 지향적 접근은 '데드풀'과 함께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인간적인 주제와 감정
로건의 핵심 주제는 상실과 후회, 그리고 구원입니다. 로건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을 잃었고, 자신의 폭력적인 본성으로 인한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상태에서, 로라를 통해 마지막 구원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로건, 자비에, 로라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여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갑니다. 특히 로건과 로라의 부녀 관계는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이 되며, 로건이 마지막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됩니다.
또한 영화는 노화와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불멸에 가까웠던 울버린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무력하며, 이는 슈퍼히어로의 신화를 인간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를 가집니다.
뛰어난 연기와 감독
휴 잭맨은 17년 동안 연기해 온 울버린 역할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의 연기는 육체적인 쇠약함과 정신적인 고통을 동시에 보여주며, 많은 비평가들에게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슈퍼히어로 연기" 중 하나로 평가받았습니다.
패트릭 스튜어트 역시 치매에 걸린 자비에 교수 역할로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이 역할로 새턴 어워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다프네 킨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사 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로라의 야성적이면서도 취약한 면모를 완벽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제임스 맹골드 감독은 '3:10 투 유마', '워크 더 라인' 등으로 입증된 그의 연출력을 바탕으로, 액션과 감정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냈습니다. 특히 그의 서부극에 대한 애정이 영화 전반에 녹아들어, 로건에게 고독한 카우보이와 같은 분위기를 부여합니다.
비평과 수상
로건은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습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93%의 신선도 점수를 받았으며, 메타크리틱에서는 77점을 기록했습니다. IGN은 "감정적이고 무거운 작품이지만, 더 나은 것을 위해 싸우는 것이 괜찮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영화"라며 9.7/10의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영화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 각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는 슈퍼히어로 영화로는 드문 성과였습니다. 또한 새턴 어워드, 엠파이어 어워드 등 다양한 시상식에서 수상했습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어, 9,700만 달러의 제작비로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6억 1,9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결론
로건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깊은 인간 드라마로 승화된 작품입니다.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는 17년이라는 긴 여정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으며, 이는 단순한 캐릭터의 죽음을 넘어 한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영화는 슈퍼히어로 장르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진지한 예술 형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으며, 이후 '조커', '더 배트맨' 등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로건은 그 깊은 감정, 뛰어난 연기, 그리고 인간적인 주제 의식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와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