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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I, the Executioner): 9년 만의 귀환, 더 깊어진 정의와 분노의 교차로


 

베테랑2(I, the Executioner): 9년 만의 귀환, 더 깊어진 정의와 분노의 교차로

2015년 천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9년 만에 베테랑2로 돌아왔습니다. 전작의 통쾌한 '사이다' 서사에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더해 돌아온 이 작품은,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등 강력한 캐스팅으로 2024년 추석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전편의 유쾌함과는 사뭇 다른 어두운 분위기와 날 선 질문들이 제 머릿속을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습니다. 과연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1. 줄거리: 영웅 서도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피해자는 과거 자신의 여제자를 강간하고 꽃뱀으로 몰아 자살하게 만든 성폭행 교수.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강력범죄수사대는 이 사건이 단순한 복수가 아닌, 더 큰 그림의 일부임을 직감합니다. 범인은 다음 살인 대상을 예고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합니다[2].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팀에 합류합니다. 그는 뛰어난 격투 실력과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서도철의 신뢰를 얻지만, 어딘가 모르게 수상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영화는 서도철 팀이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추적하는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정의와 신념의 충돌을 긴박감 있게 그려냅니다.

2. 캐릭터 탐구: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들

2.1. 서도철(황정민): 흔들리는 정의의 나침반

전작에서 '나쁜 놈 잡는 정의로운 형사'의 전형을 보여줬던 서도철은 이번 작품에서 더 복잡한 내면을 드러냅니다. 연쇄살인범의 범행 방식이 과거 자신이 분노했던 사건들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며, 그는 자신의 정의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게 됩니다[7]. 황정민은 이러한 서도철의 심리적 갈등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하며, 단순히 '사이다' 캐릭터가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냅니다. 저는 특히 그가 범인을 추적하면서도 자신의 폭력성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2.2. 박선우(정해인): 미소 뒤에 숨겨진 어둠

새롭게 합류한 정해인의 박선우 캐릭터는 영화의 미스터리를 증폭시키는 핵심 인물입니다. 정의롭고 반듯해 보이는 외모 뒤에 서늘한 눈빛과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감추고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은 정해인이 가진 '고요한 원자로' 같은 이미지가 캐릭터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데 적합했다고 밝혔습니다[4]. 정해인은 이 역할을 통해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강렬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으며, 그의 연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2.3. 강력범죄수사대 팀원들: 변함없는 유대감과 유머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전작의 팀원들이 그대로 출연하여 극에 안정감과 유머를 더합니다[3]. 비록 이번 작품에서는 코미디 요소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이들의 티키타카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숨 쉴 틈을 제공합니다. 특히 오달수가 연기하는 오 팀장의 현실적인 모습은 서도철의 이상주의와 대비되며 극의 균형을 잡습니다.

3. 테마 분석: 정의, 분노, 그리고 시스템의 딜레마

베테랑2는 전작의 '권선징악'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정의 실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탐구합니다:

  •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 연쇄살인범의 범행 동기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들에 대한 사적 복수입니다. 이는 관객에게 '법의 심판을 벗어난 악인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 시스템의 한계와 개인의 분노: 영화는 성폭력 가해 교수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심지어 피해자를 꽃뱀으로 모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개인적 분노가 어떻게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 서도철의 내적 갈등: 서도철 역시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범인을 잡으려 합니다. 그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면서 자신의 모습과 범인의 모습이 닮아 있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집니다. 이는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도덕적 딜레마를 상징합니다[7].

류승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내가 일으키고 있는 분노는 옳은가, 내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가"라는 고민이 영화 제작의 출발점이었다고 밝혔습니다[4]. 이러한 감독의 고민은 영화 전반에 걸쳐 묵직하게 녹아 있으며, 관객에게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4. 액션 연출: 날것 그대로의 처절함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액션 연출은 베테랑2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전작의 유쾌하고 과장된 액션보다는 더 현실적이고 처절한 느낌의 액션 시퀀스들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격투 장면들은 단순한 합을 넘어선 감정의 충돌을 보여줍니다[7].

  • 계단 액션씬: 영화 초반 서도철과 박선우가 처음으로 함께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 좁고 어두운 계단에서 벌어지는 격투는 긴박감과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3].
  • 옥상 격투씬: 서도철과 박선우의 마지막 대결. 비좁은 옥상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몸싸움은 두 인물의 감정적 폭발과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5].
  • 깨진 유리 위에서의 사투: 영화 후반부, 깨진 유리 조각들이 널린 바닥에서 벌어지는 격투는 고통과 절박함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합니다[8].

이러한 액션 장면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와 영화의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특히 옥상 격투씬에서 두 배우가 보여준 처절한 연기와 몸짓에서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깊은 감정적 교감을 느꼈습니다.

5. 개인적 성찰: 사이다 없는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말해, 저는 베테랑2를 보면서 전작만큼의 통쾌함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영화는 훨씬 어둡고, 무겁고, 불편한 질문들을 던집니다. 어떤 관객들은 전작의 유쾌함을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개봉 초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도 많았습니다[6].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저는 이 영화가 던진 질문들이 오히려 더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너무나 많은 '조태오'들을 봅니다. 법의 심판을 비웃고, 돈과 권력으로 죄를 덮으려는 사람들. 그런 현실 앞에서 전작의 서도철 같은 영웅이 나타나 통쾌하게 응징해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영화처럼 간단하지 않습니다. 베테랑2는 그런 현실의 복잡성과 답답함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속에서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줍니다.

박선우라는 캐릭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그가 분노하는 이유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됩니다. 시스템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개인은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지만, 그 질문 자체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도철이 아들과 마주 앉아 라면을 먹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피로와 고뇌가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다음 날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베테랑 형사의 숙명이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해결책이나 통쾌한 복수는 없을지라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해서 정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그런 묵직한 메시지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6. 전작과의 비교: 변화와 계승

베테랑2는 전작의 성공적인 요소를 계승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차별점을 두었습니다.

  • 톤앤매너: 전작의 밝고 유쾌한 톤 대신 어둡고 진지한 느와르적 분위기 강화
  • 빌런: 재벌 3세라는 명확한 악당 대신, 정의와 악의 경계에 선 복잡한 인물 등장
  • 주제 의식: 권선징악의 통쾌함 대신, 정의 실현 과정의 도덕적 딜레마 탐구

이러한 변화는 '범죄도시'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지만[4], 류승완 감독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사이다'로는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담아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7. 결론: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

베테랑2는 전작의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정의의 딜레마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류승완 감독의 노련한 연출, 황정민과 정해인의 강렬한 연기, 그리고 현실감 넘치는 액션은 이 영화를 단순한 속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만듭니다.

영화는 통쾌한 해결 대신 묵직한 질문을 남기지만, 바로 그 점이 베테랑2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듭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분노는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가, 시스템의 한계 앞에서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우리 사회의 '베테랑'들에게 주어진 책임의 무게를 함께 고민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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